양평농업 2008. 4. 26. 22:48
나물과 한약재로 이용하는 음나무
글·사진 / 오현식 (「농민신문」기자)
토질이나 기후를 가리지 않고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기 때문에 밭둑이나 논둑 등에 심기도 한다.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음나무는 두릅과 비슷한 시기에 새순이 돋는다. 새순은 나물이나 차로 이용해 먹는다.
음나무 새순은 두릅과 거의 비슷하지만 점점 성숙하면서 잎자루가 길게 자라는 것이 특징이다.
나무가 어릴 때 겨울철에 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짚 등으로 감싸주는 것이 안전하다.
음나무는 나뭇가지를 잘라낼수록 이듬해부터 가시가 억세고 많이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약재로 사용되는 음나무 가지.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강장·해열·요통·신장병·당뇨병·피로회복 등에 약효가 있다.
톱니처럼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 음나무는 악귀를 쫓기 위해 뒤뜰이나 담장 밑, 마을 입구에 심는다.

음나무만큼 다양하게 이용되는 나무도 없다. 새순은 나물로 무쳐 먹고, 나뭇가지와 뿌리는 한약재로 쓰인다. 가시가 촘촘히 난 가지는 예부터 악귀를 쫓는 ‘요술방망이’처럼 이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판로를 미리 확보하지 않고 입식부터 하는 것은 금물이다. 몸에 이롭고 목재로 이용될 만큼 쓰임새가 많지만 대량 소비처가 없는 것이 단점이다.


산을 오르다 보면 그 많은 나무들 가운데 눈에 가장 선명하게 들어오는 나무가 있으니 음나무이다. 가히 위협적인 날카로운 가시 때문이다. 가시 있는 숱한 나무 중 음나무는 독보적이다. 대부분 나무는 가지나 원줄기 어느 특정 부위에 가시가 밀집돼 있지만 음나무는 뿌리를 제외하고 빈틈없이 가시로 덮여 있다. 아무나 접근을 단호하게 불허하는 태세다.
예부터 집 안에 귀신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대문이나 방문 위에 걸어두었던 것이 바로 음나무다. 또한 집 안마당이나 마을 입구에 음나무를 심기도 했다. 나쁜 귀신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무당이 귀신을 물리치기 위해 굿을 할 때도 음나무를 사용했다. 톱니처럼 날카로운 가시가 빈틈없이 빽빽이 나 있는 가지를 이용해 악귀를 막으려 했던 것이다.
음나무는 엄나무라고도 불린다. 옛날에 음나무로 노리개를 만들어 어린아이에게 채워 줌으로써 악귀를 쫓았는데, 이 노리개를 ‘음’으로 불렀다고 한다. 장난감 이름의 ‘음’자가 나무 이름이 된 것이다. 엄나무는 엄한 가시가 있다는 데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가지를 잘라내면
더욱 촘촘히 나는 가시


가지를 잘라내면 그 자리에 난 가지에는 가시가 더욱 촘촘히 발생한다. 가시는 외부 침입을 방어하는 수단인 셈이다. 가뭄이 들거나 기상이 나쁜 해에 열매가 많이 결실되는 식물의 생리와 같은 이치이다. 식물이 종족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삶의 방식을 스스로 터득해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예부터 우리 선조들이 봄에 과수의 꽃이 피는 것을 보고 한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친 것도 같은 원리이다.
이처럼 음나무는 집안의 재앙을 막아 주고 만복이 깃들게 하는 길상목이다. 악귀를 쫓기 위해 집집마다 문설주 위에 걸어 두었던 음나무 가지가 최근 들어 문화상품으로 개발돼 판매되고 있다. 음나무 가지를 고급 액자에 넣은 것이 집들이 소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약 3만 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악귀를 쫓으며
마을을 지키는 천연기념물


우리나라 전국 어느 마을에 가더라도 음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옛 어른들은 마을 입구나 집안에 음나무를 심어놓으면 전염병이 비켜 가는 것으로 믿었다.
경상남도 창원시 동읍 신방리 마을은 키 19m, 나무둘레 5.4m의 음나무가 마을을 지키고 서 있다. 이 나무는 천연기념물 제164호로 지정되어 있다.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의 음나무는 천연기념물 제306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특히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의 천연기념물 제363호 음나무는 높이 18m, 둘레 5.43m의 위용을 자랑한다. 이 마을사람들은 음나무를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여기고, 주위에 금줄을 치고 부정한 사람이 나무 가까이 오지 못하게 관리하고 있다. 해마다 음력 정월과 단오에는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며, 단오 때는 그네뛰기, 널뛰기, 농악놀이 등 잔치를 벌이고 있다.
또한 강원 강릉시 해살이마을에서는 음나무순이 나는 4월 중 ‘개두릅 축제’를 열어 도시민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개두릅’은 두릅과 생김새가 비슷한 음나무 순을 일컫는 말이다. 축제 참가자들은 참가비만 내면 개두릅을 직접 따거나 딴 개두릅을 옛날처럼 새끼줄에 엮어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황록색 꽃이 피는 밀원식물로 이용

대개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 나무는 독이 없고 염증 치료 효과가 좋다고 한다. 우리나라 산야에서 자생하는 나무 가운데 가시가 있는 것으로 아카시나무를 비롯해 탱자나무, 유자나무, 산초나무, 보리수나무 등이 있다. 특히 아카시나무는 꿀을 채취하는 데 좋은 밀원으로 손꼽힌다. 최근 꿀을 따기 위해 음나무를 심는 사람이 생겨나고 있다. 색다른 맛을 찾는 사람들에게 음나무 꿀은 이색적인 달콤함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음나무는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교목이다. 음나무와 비슷한 것으로 당음나무, 털음나무, 가는잎음나무 등이 있다. 잎이 어릴 때는 두릅나무와 아주 비슷하지만 점점 자라면서 차이가 난다. 주로 산야의 숲속에서 잘 자라며 나무높이가 25m에 달한다. 어릴 때는 그늘에서 잘 자라지만, 자랄수록 약한 햇볕을 좋아한다. 나무의 이 아름다워 가구와 악기, 합판 등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봄에 채취한 연한 새순을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잎은 그늘에 말려서 차를 달여 마셔도 그만이다. 입맛에 따라 다양하게 이용해 먹을 수 있는 봄철의 별미다. 두릅과는 달리 독특한 맛과 향이 난다. 향이 강하고 약효가 좋다고 해서 두릅보다 더 쳐주는 사람이 많다. 입맛을 다시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재배면적도 차츰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음나무 닭백숙 신경통 건강식품으로 개발

음나무는 버릴 게 없다. 가지는 물론 뿌리도 약재로 이용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강장·해열·요통·신장병·당뇨병·피로회복 등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특히 속껍질은 쓰임새가 많다. 겉껍질은 긁어서 버리고 속껍질을 주로 사용하는데, 여름철에 벗겨야 겉껍질이 잘 벗겨진다. 흰색을 띠는 속껍질은 그늘에서 말려 잘게 썰어서 쓴다. 속껍질은 맛이 쌉쌀하고 성질은 서늘한 편이며 특유의 향기가 난다.
특히 속껍질 달인 물은 신경통에, 또 나뭇가지를 닭과 함께 가마솥에 넣고 푹 고은 음나무 백숙은 관절염이나 요통에 좋은 건강식품이다. 요즘 쉽게 끓여 먹을 수 있도록 음나무와 닭고기를 함께 포장해 판매하기도 한다. 또한 전국 유명 관광지마다 음나무를 넣고 고은 닭백숙을 판매하는 음식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음나무는 7~8월에 새 가지 끝에서 황록색 꽃이 핀다. 10월에 검게 익는 열매는 둥근 모양이며 핵과로 2개의 핵이 있다. 하지만 2개 중 한 개는 쭉정이가 대부분이다. 종자가 미숙배이면서 2중휴면성 성질이 있어 발아시키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종피휴면과 내부휴면을 거쳐 2년 만에 발아가 되고, 묘목을 생산하기까지는 3~4년이 소요된다.


체세포배 복제기술 개발로 대량 생산 가능

하지만 국립산림과학원이 2001년 온실에서 식물의 줄기나 잎 등을 시험관 내에서 조직배양 기술로 유도한 체세포배를 인공종피(씨껍질)로 씌워 인공종자를 만든 뒤, 포장에 심어 묘목을 육성하는 체세포배 복제기술을 개발했다. 모체와 유전적인 특성이 동일한 묘목을 자동화 시설을 통해 대량 복제할 수 있는 길을 튼 셈이다.
최근 휴경지 등에 음나무를 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묘목을 전문적으로 길러 판매하는 묘목상이 많다. 판매가격은 1년생 나무의 경우 1주당 1,000~2,000원대에 형성되고 있다. 묘목을 구입할 경우 뿌리의 상태를 잘 살펴봐야 한다.
또한 나무를 심기 전에 농장경영계획을 분명히 세울 필요가 있다. 새순을 수확해 판매할 목적이라면 판로를 고려해야 한다. 음나무 새순은 신선도가 생명이기 때문에 수확 즉시 운송,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최근 전국의 시군 등의 지자체들이 음나무를 새로운 소득작물로 인식 입식을 권장했지만 판로가 마땅치 않아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토심 깊고 배수 잘 되는 곳이 적지

음나무는 강한 햇볕을 싫어하지만 뿌리를 내리고 나무모양을 어느 정도 갖춘 뒤부터는 햇볕을 충분히 확보해 줄 필요가 있다. 또한 토질은 거의 가리지 않지만 토심이 깊고 유기물이 많은 걸찬 곳이 좋다. 특히 어린 묘목을 키울 때는 토양의 수분이 많고 배수가 잘 되는 곳이 적합하다.
환경조건이 알맞을 경우 파종한 해 가을이 되면 키가 1m 정도 자란다. 잎이 떨어진 뒤 이듬해 봄까지 옮겨심는 것이 안전하다. 육묘장에서 어린 묘목을 캘 경우 뿌리를 다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뿌리가 워낙 연약해 상처받기 쉽기 때문이다. 나무는 수확작업을 고려해 50×100㎝ 간격으로 심는다.
나무의 키는 가능한 한 낮게 관리하는 것이 좋다. 특히 음나무는 원가지 하단 부분의 활력이 좋으므로 키를 낮추는 것이 여러 모로 유리하다. 원가지를 땅 표면에서 낮은 위치에서 잘라주면 으뜸가지가 많아져 새순을 많이 확보된다. 나무가 어릴 때는 언 피해를 입지 않도록 겨울철에 짚 등으로 감싸주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