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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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성초-하얀것은 꽃받침이고 진짜 꽃은 노란 부분에 수없이 많은 작은 꽃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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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김민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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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꼬마 중에서 아토피로 인해 꽤 고생을 하고 있는 수빈이라는 예쁜 아이가 있습니다. 춤도 일등, 노래도 일등, 재롱도 일등인데 그 놈의 아토피피부염 때문에 여간 고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 날 수빈이의 다리를 보았더니 긁어 부스럼까지 난 작은 다리가 너무도 애처로웠습니다. 좋다는 것은 다 해 보았고, 아토피피부염을 용하게 고친다는 병의원도 안 다녀 본 곳이 없지만 쉽사리 고쳐지지 않습니다. 그러던 중에 "어성초"가 아토피피부염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민간요법이라는 것이 "~카더라"는 식이 많아서 확신은 서지 않았지만 잘 말려서 차(茶)로도 마시고, 그 물로 씻기도 하면 그리 나쁠 것 같지 않아서 어성초를 수배했습니다. 그런데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어성초 말린 것은 오일장에 있으되 모종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들꽃을 취급하시는 분에게 어성초 이야기를 했더니 마침 집에 있으니 몇 뿌리 캐가라고 해서 네 뿌리 정도 캐와서 텃밭 한 구석에 정성껏 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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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김민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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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지난 여름의 일이었습니다. 텃밭 한 쪽에 심어놓고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면서 보살폈더니 제법 튼실하게 자라고 퍼져갔습니다. 한 해만 잘 키우면 되겠다 싶었는데 올 봄에 사단이 났습니다. 교회 청년들이 내가 없는 사이에 나무를 심는다고 어성초를 심어놓았던 곳을 파헤친 것입니다. 나무를 심은 그 자리에는 막 싹을 틔우려던 어성초 뿌리들이 잘려서 이리저리 뒹굴고 있었습니다. 푯말도 해 놓은 것이 없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청년들을 탓할 수도 없습니다. 하나둘 뿌리들을 모아 흙에 묻어주었습니다. 아직 이파리를 내기 전이니 충분히 자랄 수 있을 것도 같았고, 그렇게 어성초를 퍼뜨리면 되겠다 싶어 아예 밭 한쪽에 줄로 경계를 만들어 놓고는 어성초 뿌리를 심었는데 기특하게도 올해 고구마순 같은 이파리를 내고 꽃도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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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김민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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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신비를 맛보는 순간입니다. 오히려 잘려짐으로 인해 더 많은 개체로 피어난 어성초, 이제 한 해만 더 있으면 꽃이 피었을 때 잘라서 말리고 또 말려도 충분히 뻗어나갈 수 있을 만큼 되었습니다. 올해는 말릴 정도까지는 될 것 같지 않고 퍼뜨리는데 주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느 날 텃밭을 서성이며 이런저런 반찬거리를 뽑던 아내가 묻습니다. "여기 고구마순 같이 생긴 것은 뭐야?" "응, 어성초라고 생선 비린내가 나는 풀이라고 그런 이름이 붙었어." "뭐하게, 꽃 보게?" "아니, 그거 아토피에 좋다고 해서 수빈이 주려고." 그러면서 주워들은 어성초의 약효에 대해 한참을 설명했습니다. 그랬더니 대뜸 "오일장에 가면 될 걸, 그것도 올해는 거두지도 못할 것 같은데"합니다. 쓸데없는 신선놀음을 한다는 것이겠지요. "올해는 이만큼이지만, 봐라. 지난해 네 개 갖다가 심었는데 이렇게 퍼졌는데 내년부터는 아마 오일장에 내다 팔아도 될 걸?" "꽃 볼라고 심었으면서 수빈이 핑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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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김민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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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성초의 꽃도 보고, 수빈이에게도 주려고 심은 것이니 꿩 먹고 알 먹자고 심은 것입니다. 그렇게 어성초가 뻗어가면서 꽃도 피우니 제법 볼만하기도 합니다. 올 가을에 아예 뿌리째 캐서 어성초 밭을 만들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아내는 내 말을 흘려들었는지 꽃이 예쁘다며 따서 향기를 맡다가 그만 "욱!"하고 구역질을 합니다. "왜 헛구역질이야? 넷째 가졌어?" "생선 비린내가 난다고 하더니 아예 생선 썩는 냄샌데." 나도 맡아보았습니다. 역시 생선 비린내라고 하기엔 조금 역겹습니다. 이파리를 비벼보니 그 냄새가 더 진동을 합니다. "야, 이건 바다가 먼 산골에 심어야겠다." "왜?" "생선 비린내가 그리울 때 이게 딱일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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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김민수 |
수빈이는 아직도 아토피로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어성초의 약효에 대해서 지난 해 이야기했더니 이미 어성초도 써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성초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약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은 좋아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토피로 여전히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민간요법으로 전해져 오는 것이라 확신은 가지 않지만 그래도 정성으로 키운 어성초가 혹시나 수빈이의 아토피를 물리쳐 줄 것 같아서 열심히 키우고 있습니다. 잘 키워서 내년에는 수빈이네도 주고 어성초로 차도 만들어 먹어봐야겠습니다. 이런 저런 꽃들과 약초 같은 것들이 하나둘 텃밭을 잠식해 가고 있습니다. 거기에 태평농법이라고 그냥 씨앗을 떨어뜨려서 나오는 것을 먹기도 하니 밭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집니다. 남들이 보면 "저게 밭이야?"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손님이 오셔서는 "밭에 별 것 별 것 다 있네요. 오밀조밀하게"하십니다. 속으로 "제대로 보셨어요. 다 쓸모가 있어서 둔 것이거든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