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눈 제거한 쌀에 금 브랜드 붙이면 뭐합니까?"
노컷뉴스 | 기사입력 2007.12.27 09:52 | 최종수정 2007.12.27 09:52
광우병, 구제역에다 또 농약에 뒤범벅된 농산물, 심지어 유전자까지 변형된 농산물까지 요즘, 뭔가를 먹기가 참 두렵기까지 한데요. 갈수록 오염된 먹을거리로 우리 식탁이 많은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농부 이영문 씨는 이런 얘길 합니다. '자연의 질서를 깨뜨리고 방자하게 재배치 하는데 열을 올리는 인간들 때문에 자연은 지금 몹시 아프다. 자연이 아프기 때문에 건강한 식량이 나올 수 없고 또 부실한 먹을거리 때문에 지금 인간도 몹시 아프다. ''게으른 농사꾼'이란 별칭으로 알려진 농부 이영문 씨는 경남 하동군 옥종면에 있는 3만 6천 평의 논에서 무농약, 무경운, 무비료로 혼자 농사를 짓고 있는데요. 또, 별학섬의 고방연구원에서 각종 작물을 실험재배 하고 씨앗을 연구하며, 건강과 섭생의 문제, 또 친환경기계 개발 연구까지 하고 있답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 이 시간에도 '사람이 주인이라고 누가 그래요?'의 저자,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농사꾼' 이영문 씨를 12월 20일 CBS 배한성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FM 98.1Mhz, 연출 김우호 PD)에서 만나봤습니다.
◇ 6,7년 동안 농사 실패, 포기하고 싶은 적도 있어
▶ 농촌에서 사시는 게 행복한 것도 있지만 불편한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전혀 불편한 걸 못 느끼고 있는데 전에 도시에 살 때는 돈 쓰는 재미로 살잖아요. 그런데 시골에서는 돈 쓸 데가 없어요. 특히 실험하고 있는 섬에는 물론 쓸 돈도 없지만 아무리 돈을 주려고 해도 받을 사람이 없어요.
▶ 피자나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 음식을 드시나요?
1년에 1,2번 구경이나 할런지 전혀 관심이 없어요.(웃음)
▶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서 태평농법이 탄생했겠죠?
시행착오보다는 왜 그 당시에 진작 포기하지 못하고 다른 쪽으로 가지 않았나, 후회스러울 때도 있었어요. 농사를 한 두 해 해보고 안 되면 포기를 해야 하는데 6,7년 동안 계속 실패만 했었어요. 처음에 볍씨를 파종했을 때 장마철에는 볍씨가 아주 잘 자랍니다. 거의 성공한 것 같은데 가을철 벼가 알곡을 맺을 때쯤 되면 뒤늦게 컸던 잡초들이 압도적으로 벼를 앞서가는 거예요. 나중에 보면 심은 벼는 없어져버리고 온통 풀뿐이에요. 그래서 87년에는 잡초만 무성한 도깨비 밭이 되어버렸어요. 그런 시행착오를 많이 했죠.
◇ 이막뺑이가 따끈따근하고 나락 크는 게 눈에 빈다
▶ 그러다가 언제쯤 되니까 이제는 되겠다 싶던가요?
옛날 어르신들한테 비결을 묻기 위해서 많이 찾아다녔어요. 남해 해안마을과 지리산 운봉이라는 마을에 가서 두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늘진 곳에서 어르신들이 놀고 계시면 접근해서 어르신들은 농사를 어떻게 짓고 있는가? 또 부친들은 농사를 어떻게 지었는지 묻게 되는데 관심 있어 하는 젊은이를 대견하다고 여기고 가르쳐주는 분이 있는가 하면 친구 뺏는다고 기분나빠하는 어른이 있어요.
한 어른이 저한테 친절하게 땅을 갈지 않고 씨는 어떻게 뿌렸고, 그런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친구를 뺏긴 할아버님이 나도 경남인데 알아듣지 못하는 사투리로 말씀을 하세요. "이막뺑이가 따끈따근하고 나락 크는 게 눈에 빈다." 이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 친절하게 이야기를 해주신 어른이 이야기를 싹 잊어버린 거예요.
이 말이 무슨 말인가 했더니 날씨가 좋으면 벼가 자라는 게 눈에 보인다는 말이에요. 내가 몇 년 동안 실패한 원인이 이거였구나, 젊은 내 눈에도 안 보이는데 나이 많은 어른 눈에는 보이는구나, 식물을 보는 눈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그때 남해에 갈 때 배에 자전거를 싣고 갔는데 그 자전거를 타고 남해 일주를 하는데 학교 앞 문방구에 가서 자를 사서 벼 포기 사이에 끼어 넣고 쳐다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1mm도 안자라는 거예요. 햇볕에 계속 있을 수가 없어서 논두렁에 누워서 2시간을 쳐다봐도 마찬가지에요. 나중에는 일사병으로 몸이 말을 안 듣더라고요. 살아야겠다고 발버둥치다가 저 아래 있는 물이 있는 논으로 떨어졌어요. 젊은 나이니까 노인을 만나면 그냥 안 두려고 아까 계셨던 그늘진 곳으로 갔어요. 그런데 날이 늦은 오후가 돼서 시원해지니까 일하러 가시고 아무도 안 계세요.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 보니 숙제가 생기더라고요. 그 나이 많은 노인의 눈에는 벼가 자라는 게 보이는데 왜 내 눈에는 안 보이는가? 그럼 언제 자라는가 하고 숙제가 남는 거예요. 그래서 나이 많은 어른들을 찾아다니는 걸 그만두고 짐을 챙겨서 하동으로 철수를 했어요. 숙제를 못 푸니까 그날 밤을 꼬박 새고 다음 날 하루 종일 식물 옆에서 쳐다봐도 자라지 않으니 답은 점점 어려워지는 거죠.
그래서 다른 사람 벼논에 가서 밤에 불을 켜놓고 조사를 했어요. 밤에 자란다는 걸 알았어요. 밤에 자라는데 이 어른은 식물이 밤에 자라도록 조건을 낮에 만들어준다는 걸 알고 계셨던 것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그 어른이 식물은 밤에 자란다는 것을 가르쳐주신 결정적인 은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시행착오를 거쳐서 하나하나 해답을 찾아나간 거예요.
▶ 농사를 짓는 분들에게 이 태평농법이 얼마만큼 호응을 얻고 있는 건가요?
이 나라 농법이 바뀌면 세계에서 가장 좋은 농산물이 되는데 지금까지 화학농법을 과학농법이라는 이름으로 세뇌화시켰기 때문에 쉽게 바뀌지는 않겠죠. 그리고 봄부터 풀하고 같이 자라게 하는 시행착오를 겪고 있어서 이해를 잘 못하고 있어요.
▶ 태평농법을 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나요?
전국적으로 상당히 많이 늘어나고 있고 자급자족하는 농가까지 합하면 500농가 이상이 되고 해외까지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요.
◇ 화학비료 사용 반대에 협박, 해외로 피신까지
▶ 화학비료를 쓰면 안 된다고 하셨다가 협박도 당하시고 해외로 피신도 하셨다고요?
옛날에 정부가 관리하는 화학비료 공장이 우리나라에 하나 있었는데 제가 그때 농기계제품개선위원회 직책을 맡고 있었어요. 농기계 때문에 전국을 다니면서 두 가지 요인을 발견했어요. 화학비료를 쓰면 부식이 빨리 돼서 농기계가 망가져요. 그리고 토양의 문제도 생기고, 그래서 비료를 쓰면 안 된다고 주장을 하게 되었어요. 나 한 사람 없으면 비료장사 잘 될 텐데, 없애겠다고 협박까지 받았어요. 그래서 일본말도 모르는데 돈도 없이 일본까지 피신을 다녀온 적도 있었죠.
▶ 농촌에서 사용하는 씨앗이 돌종이어야 하고 수입산은 안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수입산이라서 안 된다기보다는 인위적으로 만든 품종이라는 거죠. 동양인들은 고추를 먹어야 혈액순환이 좋아지는데 고추씨를 사서 심으면 잘 익은 고추를 내년에 씨앗용으로 남겨놓았다가 심어보면 올해 있었던 고추처럼 생기는 게 아니고 다양한 고추가 나오는 거예요.
열대지방에서 열리는 손가락 크기만 한, 하늘 쳐다보는 고추도 열리고 이런 건 유전자가 고정되지 않은, 혼종 시켜 놓은 종자라는 거죠. 그래서 유전자를 결합해서 만들다 보니 유전자 변형식품이라고 볼 수 있는 잘못된 것들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꼭 돌종을 고집하는 게 아니고 인위적으로 간섭을 하지 않은 씨앗, 고정되어 있는 유전자를 이야기하다 보니까 마치 우리 돌종 아니면 안 되는 것처럼 오해를 하는 경우가 있어요.
▶ 커피재배도 하셨다면서요?
진주와 하동 경계에 땅을 사서 했는데 연간 몇 천 명씩 사람들이 견학을 옵니다. 커피의 특성은 이런 게 있더라 사람들한테 설명해 주니까 그게 커피나무라는 걸 알잖아요. 유일하게 한국에는 이영문한테 가면 커피를 구경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재배를 안 하고 있고 올리브를 재배하고 있어요. 그리고 순수 우리 과일 중에서 사라진 것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다시 내년에 재개하려고 합니다.
▶ 농사도 하나의 경영인데 같은 면적으로 농사를 짓는 다른 분과 수입은 얼마나 차이가 나나요?
보통 수확량을 가지고 돈이 된다 안 된다 판단을 하는데 95년도에 설립된 영농법인회사가 있는데 거의 부도 직전에 나한테 떠넘겨 버렸어요. 그래서 빚을 많이 갖고 있었죠.그런데 나는 태평농법이라는 것을 해왔기 때문에 영농법인회사는 기계를 운영하는 회사인데 농기계를 쓸 필요가 없잖아요.
나는 회사를 운영도 안 하고 놀리면서 빚을 갚아왔어요. 많은 사람들이 영농법인회사의 기계를 돌려서 소득을 올리고 재투자를 하면서 빚이 더 늘어나고 나는 기계를 쓰지 않으면서 빚을 갚아가고, 그런 것을 보면 내가 경영하는 게 소득이 높지 않나 생각해요.
▶ 요즘 브랜드 쌀이라고 해서 품종 개발된 것들이 나오는데 태평농법으로도 이런 게 가능할까요?
태평농법에서는 그런 일은 없습니다. 쌀이 쌀다워야 하는데 쌀에다 금을 입혀서 금쌀이라는 브랜드로 붙이는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쌀은 벼의 씨앗입니다. 씨앗이 갖고 있는 에너지 중에 사람한테 필요한 것은 어떤 식물이든 씨눈입니다. 그런데 시중의 쌀은 100% 씨눈을 제거한 쌀이거든요. 그 잘못된 쌀에다 금이든 인삼이든 산삼이든 코팅을 하면 뭘 합니까?태평농법은 식물이 갖고 있어야 할 본래의 것, 그걸 다 갖고 있는 것이 태평농산물이에요. 식물이 갖고 있는 에너지를 우리가 얼마나 섭취할 것인가 그게 건강함의 비결이죠.
◇ 사람은 주인이 아니야, 잠시 빌려 쓰는 것일 뿐
▶ 이영문 선생님의 밥상은 어떨지 궁금한데요.
우리 아이들이 중학교 다닐 때 하는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아버지, 우리 밥상에 뱀이 나올 것 같아요." 그 말에 깜짝 놀랐어요. 진짜 밥상에 뱀이 숨어있는 줄 알고, 워낙 채소를 많이 먹으니까 채소 속에 뱀이 숨어있는 줄 알고 깜짝 놀라 일어선 거예요. 아이 이야기는 워낙 채소만 있으니까 뱀이 나올까봐 무섭다는 이야기였어요. 몸에 좋으니까 채소를 무조건 먹는 건 아니고 적당하게 채소를 자급자족해서 먹는 거죠.
▶ < 사람이 주인이라고 누가 그래요? > 라는 책을 최근에 내셨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사람이 생각할 때 주인이라는 거죠. 예를 들어 가로수를 보면 사람이 가로수의 주인이라고 특별하게 대접해주는 것처럼 지지대를 세워서 바람 불어도 넘어지지 않도록 해주지만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넘어져 버려요. 그런데 저 해안 쪽 스스로 큰 가로수들은 여기보다 훨씬 키가 큰데도 태풍이 불어도 안 넘어지거든요. 사람이 아무리 주인이라고 주장해도 사람한테 간섭받고 큰 놈은 생명력이 약해요. 그래서 사람이 주인이 아니고 잠시 일부를 빌려서 쓰고 있는 거예요.
▶ 최근에 태안의 기름유출 사고 등 우리가 자연에게 잘못하는 일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사람 잘못으로 사고가 났으면 적어도 사람이 주인이라고 기름제거하려고 유화제 뿌리지 말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으라는 겁니다. 자연이 정화할 때는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2차적인 큰 문제는 안 오는데 사람이 회복해보겠다고 화학제를 더 갖다 넣고 있잖아요. 이것뿐만 아니라 매립을 할 때도 환경을 파괴하는 거죠. 저도 경실련에서 환경운동을 해봤는데 환경측면에서 매립을 반대한다고 하면 바로 말을 바꿉니다. 친환경적인 매립을 한다고. 대체 친환경적인 매립이라는 게 어떤 건지 잘 모르겠어요.
▶ 혼자서 쌀농사만으로 연간 억대 매출을 올리신다고 들었어요.
3년 전부터 아들들이 논을 더 확보해서 경작을 하고 있는데 소득은 높아요. 지금은 아버님이 돌아가셨지만 제가 부모님께 땅 한 평 물려받은 것 없이 그 많은 땅을 현금을 벌어서 산 것도 아니고 대출도 받았기 때문에 소득이 없으면 그렇게 할 여력이 없죠. 만약에 농자재, 비료 값, 농약, 농기계 값을 지출한다고 하면 아마도 부도가 나서 이 자리에 없을 겁니다.
◇ 귀농은 '자급자족' 생각이 바뀌어야 해
▶ 앞으로 식량전쟁, 물 전쟁이라는 말들이 나오는데 귀농을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귀농하러 오시는 분들에게는 제가 한참 동안은 냉정하게 대합니다. 왜냐하면 귀농하러 오는 사람들이 한 달 지출비를 얼마로 예상하고 오는가 하면 200만원을 잡고 와요. 시골에서 그 돈이 왜 필요한가, 도시에서야 각종 공과금, 자동차 기름 값 등으로 해서 필요한 돈이라 그 돈을 예상하고 들어오는데 연간 2400만원이 농촌에서는 필요 없습니다. 그래서 지출을 어떻게 할 것인가부터 계산하고 들어오면 그에 맞는 영농규모를 설명하고 재배법을 설명할 텐데 도시와 똑같은 지출로 계산을 한다고 하면 농촌사람들 화나게 할 일이거든요.
▶ 귀농을 포기하고 되돌아간 사람들도 있나요?
많아요. 땅값에 대한 투자 때문이에요. 도시에서는 직장과 주거생활만 있으면 생활할 수 있지만 농촌에서는 자기가 사장이에요. 땅을 갖고 있으니까요. 도시에서 올 때는 농촌에 빈집, 빈 땅이 많다고 생각하고 내려와요. 그런데 시골에서는 1만원이던 땅도 살 사람이 오면 5만원, 10만원이 되거든요. 그러면 거기서 소득이 나올 만큼 땅을 사려고 하면 투자금액이 어마어마한 거예요.
평당 10만원을 5천 평 정도는 되어야 월 200만원을 쓸 수 있는데 돈이 얼마입니까? 그 정도 돈 있으면 농촌으로 돌아오지 않겠죠.자급자족 개념으로 자기 몸만 건강하면 살 수 있다는 개념으로 생각이 바뀌면 적은 땅을 사서 집을 짓고 자급자족하면서 이웃들에게 나누어줄 수 있는 재배법을 가르쳐 줍니다.
▶ 귀농을 할 때 걱정하는 게 자녀교육인데, 아드님들은 어떠세요?
저희 아이들은 다 농업대학을 나왔고 태평농법도 본인들이 하겠다고 해서 합니다. 자식들이 스스로 하겠다고 하니까 저도 남 앞에서 자신 있게 태평농법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내 자식도 따라 안 하는 농법을 이야기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 자동차, 배도 친환경적인 완제품 선보이고 싶어
▶ 앞으로 꼭 연구하고 싶으신 게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한국형 자동차를 만들어서 수출하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1대만 만들어 봐도 알 텐데 자동차 업체들이 생각을 못하는 거예요. 그리고 또 하나는 우리 소형 어선들이 전부 FRP 방식으로 유리섬유로 만들어져 있어요. 구조는 목선구조이기 때문에 엄청나게 무거워요. 물에 떠야 하는 배가 무겁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가 엄청나게 많아요. 자동차는 배기가스를 안에서 필터로 제거하고 밖으로 내보내는데 작은 선박들은 그런 장치도 없이 바닷물에 내보내요.
그리고 바닷물을 냉각시켜서 뜨거운 물로 바다에 내뿜어요. 그러니 유리섬유를 바다에 희석시켜, 기름에 탄 부산물을 바다에 집어넣어, 또 끓인 물을 바다에 넣어요. 지금까지 여러 대의 배를 시험적으로 만들었는데 한 대라도 어민들이 쉽게 따라올 수 있는 배를 제대로 만들어서 보여주려고 합니다. 그래서 식물들뿐만 아니라 자동차, 배도 2,3년 안에 샘플을 만들어서 완제품으로 보여주고 싶어요.
이런 현상에 대해 농부 이영문 씨는 이런 얘길 합니다. '자연의 질서를 깨뜨리고 방자하게 재배치 하는데 열을 올리는 인간들 때문에 자연은 지금 몹시 아프다. 자연이 아프기 때문에 건강한 식량이 나올 수 없고 또 부실한 먹을거리 때문에 지금 인간도 몹시 아프다. ''게으른 농사꾼'이란 별칭으로 알려진 농부 이영문 씨는 경남 하동군 옥종면에 있는 3만 6천 평의 논에서 무농약, 무경운, 무비료로 혼자 농사를 짓고 있는데요. 또, 별학섬의 고방연구원에서 각종 작물을 실험재배 하고 씨앗을 연구하며, 건강과 섭생의 문제, 또 친환경기계 개발 연구까지 하고 있답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 이 시간에도 '사람이 주인이라고 누가 그래요?'의 저자,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농사꾼' 이영문 씨를 12월 20일 CBS 배한성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FM 98.1Mhz, 연출 김우호 PD)에서 만나봤습니다.
◇ 6,7년 동안 농사 실패, 포기하고 싶은 적도 있어
▶ 농촌에서 사시는 게 행복한 것도 있지만 불편한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전혀 불편한 걸 못 느끼고 있는데 전에 도시에 살 때는 돈 쓰는 재미로 살잖아요. 그런데 시골에서는 돈 쓸 데가 없어요. 특히 실험하고 있는 섬에는 물론 쓸 돈도 없지만 아무리 돈을 주려고 해도 받을 사람이 없어요.
▶ 피자나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 음식을 드시나요?
1년에 1,2번 구경이나 할런지 전혀 관심이 없어요.(웃음)
▶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서 태평농법이 탄생했겠죠?
시행착오보다는 왜 그 당시에 진작 포기하지 못하고 다른 쪽으로 가지 않았나, 후회스러울 때도 있었어요. 농사를 한 두 해 해보고 안 되면 포기를 해야 하는데 6,7년 동안 계속 실패만 했었어요. 처음에 볍씨를 파종했을 때 장마철에는 볍씨가 아주 잘 자랍니다. 거의 성공한 것 같은데 가을철 벼가 알곡을 맺을 때쯤 되면 뒤늦게 컸던 잡초들이 압도적으로 벼를 앞서가는 거예요. 나중에 보면 심은 벼는 없어져버리고 온통 풀뿐이에요. 그래서 87년에는 잡초만 무성한 도깨비 밭이 되어버렸어요. 그런 시행착오를 많이 했죠.
◇ 이막뺑이가 따끈따근하고 나락 크는 게 눈에 빈다
▶ 그러다가 언제쯤 되니까 이제는 되겠다 싶던가요?
옛날 어르신들한테 비결을 묻기 위해서 많이 찾아다녔어요. 남해 해안마을과 지리산 운봉이라는 마을에 가서 두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늘진 곳에서 어르신들이 놀고 계시면 접근해서 어르신들은 농사를 어떻게 짓고 있는가? 또 부친들은 농사를 어떻게 지었는지 묻게 되는데 관심 있어 하는 젊은이를 대견하다고 여기고 가르쳐주는 분이 있는가 하면 친구 뺏는다고 기분나빠하는 어른이 있어요.
한 어른이 저한테 친절하게 땅을 갈지 않고 씨는 어떻게 뿌렸고, 그런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친구를 뺏긴 할아버님이 나도 경남인데 알아듣지 못하는 사투리로 말씀을 하세요. "이막뺑이가 따끈따근하고 나락 크는 게 눈에 빈다." 이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 친절하게 이야기를 해주신 어른이 이야기를 싹 잊어버린 거예요.
이 말이 무슨 말인가 했더니 날씨가 좋으면 벼가 자라는 게 눈에 보인다는 말이에요. 내가 몇 년 동안 실패한 원인이 이거였구나, 젊은 내 눈에도 안 보이는데 나이 많은 어른 눈에는 보이는구나, 식물을 보는 눈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그때 남해에 갈 때 배에 자전거를 싣고 갔는데 그 자전거를 타고 남해 일주를 하는데 학교 앞 문방구에 가서 자를 사서 벼 포기 사이에 끼어 넣고 쳐다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1mm도 안자라는 거예요. 햇볕에 계속 있을 수가 없어서 논두렁에 누워서 2시간을 쳐다봐도 마찬가지에요. 나중에는 일사병으로 몸이 말을 안 듣더라고요. 살아야겠다고 발버둥치다가 저 아래 있는 물이 있는 논으로 떨어졌어요. 젊은 나이니까 노인을 만나면 그냥 안 두려고 아까 계셨던 그늘진 곳으로 갔어요. 그런데 날이 늦은 오후가 돼서 시원해지니까 일하러 가시고 아무도 안 계세요.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 보니 숙제가 생기더라고요. 그 나이 많은 노인의 눈에는 벼가 자라는 게 보이는데 왜 내 눈에는 안 보이는가? 그럼 언제 자라는가 하고 숙제가 남는 거예요. 그래서 나이 많은 어른들을 찾아다니는 걸 그만두고 짐을 챙겨서 하동으로 철수를 했어요. 숙제를 못 푸니까 그날 밤을 꼬박 새고 다음 날 하루 종일 식물 옆에서 쳐다봐도 자라지 않으니 답은 점점 어려워지는 거죠.
그래서 다른 사람 벼논에 가서 밤에 불을 켜놓고 조사를 했어요. 밤에 자란다는 걸 알았어요. 밤에 자라는데 이 어른은 식물이 밤에 자라도록 조건을 낮에 만들어준다는 걸 알고 계셨던 것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그 어른이 식물은 밤에 자란다는 것을 가르쳐주신 결정적인 은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시행착오를 거쳐서 하나하나 해답을 찾아나간 거예요.
▶ 농사를 짓는 분들에게 이 태평농법이 얼마만큼 호응을 얻고 있는 건가요?
이 나라 농법이 바뀌면 세계에서 가장 좋은 농산물이 되는데 지금까지 화학농법을 과학농법이라는 이름으로 세뇌화시켰기 때문에 쉽게 바뀌지는 않겠죠. 그리고 봄부터 풀하고 같이 자라게 하는 시행착오를 겪고 있어서 이해를 잘 못하고 있어요.
▶ 태평농법을 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나요?
전국적으로 상당히 많이 늘어나고 있고 자급자족하는 농가까지 합하면 500농가 이상이 되고 해외까지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요.
◇ 화학비료 사용 반대에 협박, 해외로 피신까지
▶ 화학비료를 쓰면 안 된다고 하셨다가 협박도 당하시고 해외로 피신도 하셨다고요?
옛날에 정부가 관리하는 화학비료 공장이 우리나라에 하나 있었는데 제가 그때 농기계제품개선위원회 직책을 맡고 있었어요. 농기계 때문에 전국을 다니면서 두 가지 요인을 발견했어요. 화학비료를 쓰면 부식이 빨리 돼서 농기계가 망가져요. 그리고 토양의 문제도 생기고, 그래서 비료를 쓰면 안 된다고 주장을 하게 되었어요. 나 한 사람 없으면 비료장사 잘 될 텐데, 없애겠다고 협박까지 받았어요. 그래서 일본말도 모르는데 돈도 없이 일본까지 피신을 다녀온 적도 있었죠.
▶ 농촌에서 사용하는 씨앗이 돌종이어야 하고 수입산은 안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수입산이라서 안 된다기보다는 인위적으로 만든 품종이라는 거죠. 동양인들은 고추를 먹어야 혈액순환이 좋아지는데 고추씨를 사서 심으면 잘 익은 고추를 내년에 씨앗용으로 남겨놓았다가 심어보면 올해 있었던 고추처럼 생기는 게 아니고 다양한 고추가 나오는 거예요.
열대지방에서 열리는 손가락 크기만 한, 하늘 쳐다보는 고추도 열리고 이런 건 유전자가 고정되지 않은, 혼종 시켜 놓은 종자라는 거죠. 그래서 유전자를 결합해서 만들다 보니 유전자 변형식품이라고 볼 수 있는 잘못된 것들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꼭 돌종을 고집하는 게 아니고 인위적으로 간섭을 하지 않은 씨앗, 고정되어 있는 유전자를 이야기하다 보니까 마치 우리 돌종 아니면 안 되는 것처럼 오해를 하는 경우가 있어요.
▶ 커피재배도 하셨다면서요?
진주와 하동 경계에 땅을 사서 했는데 연간 몇 천 명씩 사람들이 견학을 옵니다. 커피의 특성은 이런 게 있더라 사람들한테 설명해 주니까 그게 커피나무라는 걸 알잖아요. 유일하게 한국에는 이영문한테 가면 커피를 구경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재배를 안 하고 있고 올리브를 재배하고 있어요. 그리고 순수 우리 과일 중에서 사라진 것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다시 내년에 재개하려고 합니다.
▶ 농사도 하나의 경영인데 같은 면적으로 농사를 짓는 다른 분과 수입은 얼마나 차이가 나나요?
보통 수확량을 가지고 돈이 된다 안 된다 판단을 하는데 95년도에 설립된 영농법인회사가 있는데 거의 부도 직전에 나한테 떠넘겨 버렸어요. 그래서 빚을 많이 갖고 있었죠.그런데 나는 태평농법이라는 것을 해왔기 때문에 영농법인회사는 기계를 운영하는 회사인데 농기계를 쓸 필요가 없잖아요.
나는 회사를 운영도 안 하고 놀리면서 빚을 갚아왔어요. 많은 사람들이 영농법인회사의 기계를 돌려서 소득을 올리고 재투자를 하면서 빚이 더 늘어나고 나는 기계를 쓰지 않으면서 빚을 갚아가고, 그런 것을 보면 내가 경영하는 게 소득이 높지 않나 생각해요.
▶ 요즘 브랜드 쌀이라고 해서 품종 개발된 것들이 나오는데 태평농법으로도 이런 게 가능할까요?
태평농법에서는 그런 일은 없습니다. 쌀이 쌀다워야 하는데 쌀에다 금을 입혀서 금쌀이라는 브랜드로 붙이는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쌀은 벼의 씨앗입니다. 씨앗이 갖고 있는 에너지 중에 사람한테 필요한 것은 어떤 식물이든 씨눈입니다. 그런데 시중의 쌀은 100% 씨눈을 제거한 쌀이거든요. 그 잘못된 쌀에다 금이든 인삼이든 산삼이든 코팅을 하면 뭘 합니까?태평농법은 식물이 갖고 있어야 할 본래의 것, 그걸 다 갖고 있는 것이 태평농산물이에요. 식물이 갖고 있는 에너지를 우리가 얼마나 섭취할 것인가 그게 건강함의 비결이죠.
◇ 사람은 주인이 아니야, 잠시 빌려 쓰는 것일 뿐
▶ 이영문 선생님의 밥상은 어떨지 궁금한데요.
우리 아이들이 중학교 다닐 때 하는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아버지, 우리 밥상에 뱀이 나올 것 같아요." 그 말에 깜짝 놀랐어요. 진짜 밥상에 뱀이 숨어있는 줄 알고, 워낙 채소를 많이 먹으니까 채소 속에 뱀이 숨어있는 줄 알고 깜짝 놀라 일어선 거예요. 아이 이야기는 워낙 채소만 있으니까 뱀이 나올까봐 무섭다는 이야기였어요. 몸에 좋으니까 채소를 무조건 먹는 건 아니고 적당하게 채소를 자급자족해서 먹는 거죠.
▶ < 사람이 주인이라고 누가 그래요? > 라는 책을 최근에 내셨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사람이 생각할 때 주인이라는 거죠. 예를 들어 가로수를 보면 사람이 가로수의 주인이라고 특별하게 대접해주는 것처럼 지지대를 세워서 바람 불어도 넘어지지 않도록 해주지만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넘어져 버려요. 그런데 저 해안 쪽 스스로 큰 가로수들은 여기보다 훨씬 키가 큰데도 태풍이 불어도 안 넘어지거든요. 사람이 아무리 주인이라고 주장해도 사람한테 간섭받고 큰 놈은 생명력이 약해요. 그래서 사람이 주인이 아니고 잠시 일부를 빌려서 쓰고 있는 거예요.
▶ 최근에 태안의 기름유출 사고 등 우리가 자연에게 잘못하는 일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사람 잘못으로 사고가 났으면 적어도 사람이 주인이라고 기름제거하려고 유화제 뿌리지 말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으라는 겁니다. 자연이 정화할 때는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2차적인 큰 문제는 안 오는데 사람이 회복해보겠다고 화학제를 더 갖다 넣고 있잖아요. 이것뿐만 아니라 매립을 할 때도 환경을 파괴하는 거죠. 저도 경실련에서 환경운동을 해봤는데 환경측면에서 매립을 반대한다고 하면 바로 말을 바꿉니다. 친환경적인 매립을 한다고. 대체 친환경적인 매립이라는 게 어떤 건지 잘 모르겠어요.
▶ 혼자서 쌀농사만으로 연간 억대 매출을 올리신다고 들었어요.
3년 전부터 아들들이 논을 더 확보해서 경작을 하고 있는데 소득은 높아요. 지금은 아버님이 돌아가셨지만 제가 부모님께 땅 한 평 물려받은 것 없이 그 많은 땅을 현금을 벌어서 산 것도 아니고 대출도 받았기 때문에 소득이 없으면 그렇게 할 여력이 없죠. 만약에 농자재, 비료 값, 농약, 농기계 값을 지출한다고 하면 아마도 부도가 나서 이 자리에 없을 겁니다.
◇ 귀농은 '자급자족' 생각이 바뀌어야 해
▶ 앞으로 식량전쟁, 물 전쟁이라는 말들이 나오는데 귀농을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귀농하러 오시는 분들에게는 제가 한참 동안은 냉정하게 대합니다. 왜냐하면 귀농하러 오는 사람들이 한 달 지출비를 얼마로 예상하고 오는가 하면 200만원을 잡고 와요. 시골에서 그 돈이 왜 필요한가, 도시에서야 각종 공과금, 자동차 기름 값 등으로 해서 필요한 돈이라 그 돈을 예상하고 들어오는데 연간 2400만원이 농촌에서는 필요 없습니다. 그래서 지출을 어떻게 할 것인가부터 계산하고 들어오면 그에 맞는 영농규모를 설명하고 재배법을 설명할 텐데 도시와 똑같은 지출로 계산을 한다고 하면 농촌사람들 화나게 할 일이거든요.
▶ 귀농을 포기하고 되돌아간 사람들도 있나요?
많아요. 땅값에 대한 투자 때문이에요. 도시에서는 직장과 주거생활만 있으면 생활할 수 있지만 농촌에서는 자기가 사장이에요. 땅을 갖고 있으니까요. 도시에서 올 때는 농촌에 빈집, 빈 땅이 많다고 생각하고 내려와요. 그런데 시골에서는 1만원이던 땅도 살 사람이 오면 5만원, 10만원이 되거든요. 그러면 거기서 소득이 나올 만큼 땅을 사려고 하면 투자금액이 어마어마한 거예요.
평당 10만원을 5천 평 정도는 되어야 월 200만원을 쓸 수 있는데 돈이 얼마입니까? 그 정도 돈 있으면 농촌으로 돌아오지 않겠죠.자급자족 개념으로 자기 몸만 건강하면 살 수 있다는 개념으로 생각이 바뀌면 적은 땅을 사서 집을 짓고 자급자족하면서 이웃들에게 나누어줄 수 있는 재배법을 가르쳐 줍니다.
▶ 귀농을 할 때 걱정하는 게 자녀교육인데, 아드님들은 어떠세요?
저희 아이들은 다 농업대학을 나왔고 태평농법도 본인들이 하겠다고 해서 합니다. 자식들이 스스로 하겠다고 하니까 저도 남 앞에서 자신 있게 태평농법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내 자식도 따라 안 하는 농법을 이야기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 자동차, 배도 친환경적인 완제품 선보이고 싶어
▶ 앞으로 꼭 연구하고 싶으신 게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한국형 자동차를 만들어서 수출하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1대만 만들어 봐도 알 텐데 자동차 업체들이 생각을 못하는 거예요. 그리고 또 하나는 우리 소형 어선들이 전부 FRP 방식으로 유리섬유로 만들어져 있어요. 구조는 목선구조이기 때문에 엄청나게 무거워요. 물에 떠야 하는 배가 무겁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가 엄청나게 많아요. 자동차는 배기가스를 안에서 필터로 제거하고 밖으로 내보내는데 작은 선박들은 그런 장치도 없이 바닷물에 내보내요.
그리고 바닷물을 냉각시켜서 뜨거운 물로 바다에 내뿜어요. 그러니 유리섬유를 바다에 희석시켜, 기름에 탄 부산물을 바다에 집어넣어, 또 끓인 물을 바다에 넣어요. 지금까지 여러 대의 배를 시험적으로 만들었는데 한 대라도 어민들이 쉽게 따라올 수 있는 배를 제대로 만들어서 보여주려고 합니다. 그래서 식물들뿐만 아니라 자동차, 배도 2,3년 안에 샘플을 만들어서 완제품으로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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