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유기농사

<사람들> 태평농법의 '게으른 농부' 이영문

양평농업 2008. 3. 23. 22:03

<사람들> 태평농법의 '게으른 농부' 이영문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7.12.13 10:58 | 최종수정 2007.12.13 14:12


'사람이 주인이라고 누가 그래요? 출간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 "우리 농업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가격이 낮아져야겠죠. 그러려면 투입을 적게 해야 합니다. 그게 바로 태평농법이지요"

1990년대부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태평농법'. 못자리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마른 논에 볍씨를 뿌린 후 가을이 되면 익은 벼를 거둔다. 그 흔한 농약과 제초제도 안 쓴다.

경남 하동군 옥종면에서 농사를 짓는 이영문(53)씨에게는 '게으른 농사꾼'이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다른 농부들은 파종부터 수확 때까지 숨돌릴 틈 없이 바쁘지만 태평농법의 창시자이자 전도사인 그는 바쁠 일이 없으니 게으르다고 부를 수 밖에.

농사가 적은 것도 아니다. 그가 짓는 농사가 13만여㎡(약 4만평). 쌀농사 뿐만 아니라 보리와 밀도 재배하니 제법 큰 농사지만 그가 혼자서 다 짓는다. 아들 둘이 거들어 줄 뿐이다.

경운기로 땅을 갈아엎지도 않고 마른 논에 볍씨를 뿌리고 잡초가 나면 풀을 덮어준다. 수확철에는 자연 건조하고 하루에 두세시간씩 기계 1대로 작업하면 끝이란다.

1999년 태평농법에 대한 첫 책을 낸 후 8년 만에 그가 낸 책 '사람이 주인이라고 누가 그래요?'(한문화멀티미디어 펴냄. 296쪽. 1만원)는 그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에서 책 제목을 땄다.

"사람이 자연에 간섭하려고 하지만 소용없다는 뜻입니다. 가로수는 보기좋게 잘 다듬어놓고 버팀대까지 설치하지만 강풍에 날아가지요. 하지만 자연에서 스스로 뿌리내린 나무는 강풍에도 끄덕없어요. 농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말하는 '투입이 적은 태평농법'은 "일반 농법이 수확량의 3분의 1, 많게는 2분의 1까지가 비용으로 나간다면 태평농법은 농기계, 농약, 화학비료가 거의 필요없고, 노동력도 일반 농법의 6분의 1에 불과하니 '거저' 짓는 셈"이다. 그런데도 수확량은 다른 농법보다 많아 경제적, 환경적인 이득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중학교 중퇴학력이 전부인 그는 어려서부터 기계 만지기에 관심이 있어 농기계 수리를 했다. 한창 우리 농촌에서 기계를 쓰기 시작하고 과학 영농이 범람할 때였지만 그는 기계 영농이 우리 땅과는 맞지 않다고 깨닫게됐다.

"무논(水田) 자체가 우리 땅하고 맞지 않아요. 열대지방인 필리핀에서 연구한 쌀 농사법을 우리 땅에서 적용하니 무리가 있습니다. 우리 할아버지 시절만 해도 5월말에서 6월초에 파종을 하고 모를 심는 시기는 7월 장마 때나 되서였어요. 큰 비를 논에 가두는 역할도 했죠. 그러던 것이 외국에서 공부하신 농학박사님들의 영향으로 요즘은 4월 말에 지하수라도 끌어다가 파종을 합니다. 옛날에는 모내기를 생각지도 않을 때였어요. 그러다보니 7월 장마 때는 논의 물과 장마가 겹쳐 홍수가 나게 되는 겁니다"

그는 우리 씨앗 연구에도 열심이다. 그가 6년전 사천시 별학섬에 설립한 '고방연구원'안에는 씨앗주머니가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농촌에서 쓰는 모든 종자가 '개량'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기형'이 된 종자라는게 그의 생각이다. 하나같이 비료를 쏟아부어야 무탈하게 자라고 피복용 비밀이 없으면 자생초와의 경합에서도 진다.

이런 씨앗들을 사용해 농사를 지으면 이듬해에는 그 씨앗으로 농사를 짓지 못한다. 해마다 파종할 때가 되면 종묘상으로 달려가야한다. 그래서 그는 "의식을 갖고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 제일 걸림돌이 종자"라고 말한다.

농사꾼은 조금 한가해지는 겨울철인 요즘 그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별학섬으로 갔다가 해가 떨어지면 돌아온다. 하동에서 40분 정도 걸리는 별학섬에서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다양한 국산 종자들의 생육을 지켜보고 기록하면서 한달에 3-4번은 태평농법을 전파하기 위한 강연도 나선다.

그는 지난해에는 '샤프란'이라는 외국산 식물로만 알려진 우리 꽃 '번홍화' 종자를 되살렸다. 내년에는 '지중해성 기후에만 잘 자란다'고 교과서에서 배운 올리브도 우리 땅에서 잘 된다는 연구결과도 내놓을 예정이다.

그는 "1999년 첫 책 '모든 것은 흙 속에 있다'가 절판된 후 찾는 사람이 많아 책을 다시 내게됐다"며 "우리 농촌에 미래가 없다고 주장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