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기르나?

산마늘

양평농업 2006. 8. 22. 12:36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취나물은 5월 한 철에 산에서 채취해 밥상에 오르는 계절농산품이었다. 그러던 게 요즘엔 사시사철 소비자들이 즐겨먹고 있는 일반채소로 돼 버렸다. 취나물이 대량으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97년에 취재한 강원도 영월의 취나물 작목반만 봐도 이같은 현상이 잘 나타난다. 마을 전체가 취나물 재배 단지가 돼 다른 채소에 비해 2∼3배 높은 소득을 거뜬히 올린다. 몇해 전부터는 해발 8백m 이상 되는 고산지대에 자생하던 곰취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잎이 일반 취나물의 10배는 족히 되고 향도 월등하다. 현재 가락동시장에서 kg당 1만원에 거래된다.

일종의 ‘코리안 허브’들이 대량재배되고 있는 추세는 우연일까? 코리안 허브는 산나물 특유의 향이 있고, 우리 입맛에도 맞아 상품성이 높다. 더구나 야생의 성질을 갖고 있어 재배방법만 알면 다른 어떤 작목보다 관리가 쉽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필자가 최근에 본 ‘산마늘’도 이들과 비슷한 고소득 품목이다.
강원도 춘천시 서면. 가평에서 춘천으로 갓 접어들어 의암댐 곁으로 가다보면 퇴골이란 곳을 만난다. 여기에 1천여평 규모의 자생화 농장이 있다. 이대영씨(0361-262-1156)는 올해 환갑을 맞은, 34년 경력의 자생화 농사꾼이다.

그의 농장엔 금낭화, 앵초, 구름할미꽃 같은 수많은 봄꽃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그는 특히 산마늘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옛날 신선들이 설악산에서 도를 닦고 있는데 겨울철 부식거리를 찾던 중 눈속에서 삐죽삐죽 나온 나물을 발견했대요. 먹어보니 맛이 톡 쏘고 향이 나 ‘아! 산에서 나는 마늘이구나’하고 생각, 그 다음부터 산마늘이라고 불렀답니다. 일명 신선나물이라고 하죠.” 산마늘의 별칭은 여러 가지이다. 조선시대 울릉도로 이주한 1백여명이 겨울동안 식량이 떨어져 굶어죽기 직전 이것을 먹고 연명했다고 해 ‘명(命)이 나물’, 일본의 수도승들이 체력을 단련하기 위해 즐겨먹었다고 해 ‘행자(行者)마늘’이란 이름도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산마늘을 귀한 고급 산채로 여기며 많이 소비하고 있다. 백합과에 속하는 산마늘의 연분홍색꽃은 분화로도 인기가 높아 한 촉당 분에 담아 5백50엔(약 5천5백원)에 팔리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식용보다는 분화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양재동 꽃시장에서는 분 한 개에 도매 1천2백50원, 소매 3천∼4천원에 팔린다.

요즘엔 기능성 쌈채소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특수채소 전문컨설턴트인 유경호씨(02-443-4303)의 얘기를 들어보자. “산마늘은 올해 처음 가락동 시장에 쌈채소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소비자들 반응을 보면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어요. 우선 맛이 마늘처럼 톡 쏘면서도 마늘처럼 질기거나 너무 맵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마늘쫑은 너무 길어 쌈채소로 부적당한데, 산마늘은 잎이 넓어 쌈용으로 적합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가락동에서는 kg당 6천원, 농협 하나로마트에서는 kg당 1만5천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최근엔 산마늘이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항암효과가 있다는 연구논문까지 발표돼 ‘상품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산마늘 농사의 경제성은 어느 정도일까? 산마늘 한 포기면 1월부터 5월까지 대략 4장의 잎이 수확된다. 잎 1장당 산지판매가격은 2백50원(강원도 재래시장 기준). 한 포기에서 1천원(2백50원×4장)이 나오는 셈이다. 그런데 밭 한 평이면 산마늘 3백 포기 이상(가로 세로 10cm간격)은 족히 심을 수 있다. 1백평만 농사져도 3만 포기 경작이 가능하다. 그러면 연소득은 3천만원(=평당 3백 포기×포기당 1천원×1백평)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앞으로 서울 시내 대형고기집이나 쌈밥집에 대량으로 나갈 경우 판매단가가 지금의 30∼40%수준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따져도 평당 10만원의 소득이 계산된다. 1백평이면 1천만원, 2백평이면 2천만원이란 돈이 나온다. 산마늘은 서늘한 음지를 좋아한다. 산기슭의 나무그늘이 적지다. 놀리고 있는 산자락을 찾아 한 2백평 정도만 활용해도 상당히 짭짤한 농사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다년생 작물이라 증식이 잘 된다. “산마늘 1포기를 심으면 3∼4년 뒤에 수확됩니다. 하지만 그 뒤부터는 해마다 4∼5포기씩 불어나죠. 그러니 일단 심어만 놓으면 한 포기가 4∼5배로 증식되는 셈이죠.” 이대영씨의 얘기다.
이처럼 산마늘은 한 번 심어만 놓으면 알아서 증식이 잘 된다. 추위와 병충해에도 강해 겨울철에 별도의 가온이나 농약도 필요없다.
문제는 판로개척. 이런 산마늘을 다른 산채들과 차별화시켜 호텔이나 고급레스토랑 등에 고정적으로 납품할 수 있다면, 좁은 공간을 활용해 분명히 고소득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현재 5백평의 산마늘 밭을 관리하고 있는 이대영씨는 아주 우연한 계기에 산마늘을 만나게 된다. “대관령 근처 귀둘마을이란 곳을 찾은 적이 있었어요. 참나물 단지를 조성한 농민들이 하우스 시공에 대해 상담을 요청해 왔던 것이죠. 그런데 그때 한 농가를 가보니 울타리 안에 뭔가를 심어놓고 자물통을 채워놓은 거예요.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그 농가에 하우스 시공에 대한 정보를 주고 나니 그 보답으로 울타리안을 보여주더군요. 그곳에 바로 산마늘, 곰취, 참나물이 수백 포기씩 심어져 있었습니다.”

이대영씨는 현재 3가지 방법으로 생산한 산마늘을 팔고 있다. 첫번째는 잎을 따서 식용으로 판매하는 방법. 춘천시내 재래시장에 주로 출하하고 있지만, 현재 농협 하나로마트와 계약판매가 체결된 상태이다. 둘째는 묘주 판매. 산마늘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그의 농장에는 3년생 산마늘 묘주를 구입하려고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농민도 있지만, 산채전문음식점을 경영하는 이들이 많다. 손님들의 관심을 끄는 산마늘이 쌈채로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묘주 한 포기에 3천원씩 판매되고 있는데, 한 평에서 3백 포기 이상의 묘주를 얻을 수 있다. 이게 이대영씨에게 쏠쏠한 재미를 안겨준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셋째는 분에 담아 자생화로 판매하는 방법. 이대영씨에게는 산마늘이 단순히 식용으로서가 아니라 고상한 분위기를 가진 관상식물이기도 하다. 현재 산마늘 2촉을 분에 담아 1만원에 팔고 있다. 결코 만만한 가격이 아니다. 산마늘을 파는 방법은 이렇게 다양하다. 팔다가 못 팔면 그냥 둬도 언젠가는 돈이 된다는 것이 산마늘이다.

그런데 이같은 산마늘에도 문제점은 있다. 자체 약점인 것이다. 저장성이 약하다는 점이다. 강원도에서 수확한 산마늘을 서울까지 운송하면, 하룻만에 잎이 노랗게 뜨고 상품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산마늘을 재배하려는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생산 뿐만 아니라 운송에도 신경써야 한다. 소비자에게 신선하게 공급할 수 있는 냉장시스템을 활용하거나 또는 산마늘 재배를 서울 인근지역에서 시작하는 문제도 한 번쯤 염두에 둬야 한다. 고산지대 코리안 허브들, 이제 모두 ‘가능성있는’ 작목들이다. 산에는 지금 산마늘 뿐만 아니라 얼레지, 눈개승마, 이판나물 같은 수많은 작물들이 ‘소득원’으로 개발되기를 기다리며 주인을 찾고 있다. 문의 02-781-8230.

산마늘 재배하는 방법

① 산자락 나무그늘을 활용하자.
산마늘은 선선한 기후를 가진 고산식물이다. 따라서 평지에서 재배할 때는 여름철에도 그늘지고 청량한 습기가 있는 곳이 적당한데 그런 곳은 고향의 놀리고 있는 산지에 가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② 하우스에서는 차광막을 설치한다.
대부분의 평지에서는 서늘한 기후를 만들기 힘들다. 그래서 인공적으로 비닐하우스 위에 차광막을 설치해 일조시간을 하루 3시간 정도로 맞춰야 한다.

③ 처음 시작할 때는 씨보다 묘주가 좋다.
산마늘은 3∼4년 후에 수확이 가능하고 씨가 맺힌다. 따라서 씨를 뿌려 시작하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까다롭다. 이에 반해 4년생 묘주를 사서 9월께 심으면 그해 겨울을 넘기고 이듬해 1월부터 수확이 가능하다. 한 번 심어놓으면 산마늘이 알아서 증식을 거듭하니까, 별로 신경쓸 일이 없다. 수량을 늘리려면 3∼4년에 한 번씩은 포기를 나눠 다른 밭에 옮겨심는 게 좋다.

④ 겨울나기는 낙엽을 이용한다.
추위에 강한 작물이라 겨울철 특별 가온은 필요없다. 다만 낙엽을 덮어 보온효과를 내면 되는데, 이때 낙엽이 산마늘 전체를 덮으면 영양결핍이 될 수 있으므로 윗부분은 남겨두도록 조심한다.

⑤ 농약·비료는 필요없다. 다만 퇴비를 쓸 때는 조심해야 한다.
흔히 땅심을 높인다고 축분을 거름으로 넣는데, 이들이 발효하며 내는 열에 의해 산마늘은 고사한다. 고랭지식물의 특성이기도 하다. 그래서 낙엽을 충분히 발효시킨 퇴비를 사용하도록 한다.